우리나라가 비상계엄으로 뒤집어진 사이 미국은 다른 사건으로 뒤집어져 있었다.
바로 대낮에 총기로 살해당한 보험사 CEO의 사망 소식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미국 국민들의 반응이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를 옹호하고 살해된 CEO에 대해 분노했다는 점이다.
여러 언론들에서 이에 대해 미국에서 발생한 보험사 CEO 살해 사건은 의료민영화의 극단적 결과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로 보도하고 있다.
도대체 의료민영화가 무엇이기에 지금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 의료민영화의 롤모델인 미국에선 살인사건까지 발생하게 된 것일까?
우선 의료민영화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 의료민영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첫번 째는 의료 공급의 민영화로,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의료기관 설립의 주체를 확대하는 것이다.
예전 제주에서 시도했던 녹지국제병원이 이 영리병원에 속한다. 영리병원은 투자를 받아 영리를 위해 의료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의 공공 의료서비스와는 큰 차이가 있다.
두번 째는 의료 수요의 민영화로,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국민건강보험의 의무가입 원칙을 완화하고 민간보험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의료민영화는 표면적으로 경쟁을 통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경제적 효율성을 표방한다.
하지만 의료민영화에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는데, 가장 크게 지적되는 것이 바로 의료의 공공성과 접근성 저하다.
‘지불한 만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로 설명할 수 있는 영리병원의 도입은 당연히 수익성 위주의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부익부 빈익빈’, 고가의 비필수적 의료행위 증가와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2년 기준,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의료비 비중은 60.5%로, OECD 평균인 72.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료민영화는 이러한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의료민영화의 장점은 없을까? 의료민영화에도 장점은 있다.
의료민영화가 진행된다면 의료기관 역시 서로 간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은 의료서비스 질의 향상을 가져오고 환자들은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또한 영리병원의 허용 등을 통해 외국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의료관광이 가능해져 새로운 경제 성장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의료민영화를 이야기할 때 보험사를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공의료혜택이 줄어들고 민간보험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을 때 의료비 상승과 가계 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갱신 시마다 실비보험료가 급격하게 오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보험료 인상에 대해 보험사는 의료 쇼핑, 과잉진료로 인해 보험사의 손해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라 말하는 데 공공의료의 혜택이 줄어든다면 의료비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한 보험사의 손해율 역시 늘어날 확률이 높아 보험료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CEO 브라이언 톰슨 살인사건은 의료민영화의 극단적 결과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다.
사건 이후 붙잡힌 가해자 26세 루이지 맨지오니가 남긴 선언문에는 "이 기생충들은 당해도 싸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고,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는 'deny', 'defend', 'depose' 등 보험금 지급 거부와 관련된 단어들이 새겨져 있었다. 보험사에 대한 극심한 분노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미국의 민간보험 중심의 체계와 맞물려 있다.
현재 미국의 의료체계는 민간보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고액의 의료비로 고통받고 있다.
가끔 외신을 통해 알려지는 안타까운 사고에 사람들의 모금을 받는 이유 역시 이 의료민영화에 따른 의료비 부담에 있다. 2022년 기준 미국의 개인 파산 원인 중 의료비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2.1%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는 극에 달한 상황.
여기에 더해 미국의 보험사들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연시켜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켜왔고 이번 살인사건은 그 분노가 범죄로까지 이어진 사태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계속해서 이어져 브라이언 톰슨의 죽음에도 가해자를 옹호하고 오히려 ‘잘 죽였다. ‘는 반응은 물론 가해자를 제보한 한 페스트푸드업체를 불매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는 의료민영화가 가져올 수 있는 극단적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현 정부는 의료민영화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투자 활성화 대책과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 등을 통해 사실상 의료민영화의 전초 단계가 아닌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
현재 국내 여론은 민영화에 부정적인 시각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갑론을박이 큰 상황이며 정부 역시 아직 공식적으로 의료민영화에 대해 인정한 것이 없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찬반 여론은 여전히 뜨겁다. 그리고 보험업계 역시 의료민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직 결론나지 않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